길을 걷다 갑자기 사람이 쓰러지는 응급상황을 마주쳤다고 상상해 보세요. 주변에 비치된 심장충격기세동기(AED)가 눈에 들어오지만, ‘내가 괜히 사용했다가 환자가 더 잘못되면 어떡하지?’, ‘나중에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선뜻 나서기 망설여지시나요? 이런 걱정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사실 그 망설임의 순간, 당신의 용기 있는 행동을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든든한 제도가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용기를 지켜주는 법적 보호막 2가지
- 착한 사마리아인 법으로 불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응급처치에 대한 민사 및 형사 책임을 면제하거나 감면해 줍니다.
- 자동심장충격기(AED)의 배터리 방전이나 패드 불량 등 기기 자체의 문제에 대한 책임은 일반인 구조자가 아닌, 해당 기기의 관리책임자에게 있습니다.
- 결론적으로, 응급상황에서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다면 법적 부담에 대한 걱정 없이 심장충격기세동기를 사용하여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보호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선한 사마리아인법)
많은 분이 ‘선한 사마리아인법’이라는 이름으로 들어보셨을 법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해당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법은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즉, 선한 의도로 도움을 주려다 의도치 않은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법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는 일반인 구조자가 심리적 부담 없이 심폐소생술(CPR)이나 자동제세동기 사용과 같은 응급처치에 나설 수 있도록 장려하는 중요한 사회적 안전장치입니다.
법이 보호하는 구체적인 행동 범위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일까요? 심장충격기세동기 사용의 경우, 기기에서 나오는 음성 안내에 따라 행동했다면 대부분 ‘중대한 과실’로 보지 않습니다. 자동심장충격기는 전원을 켜는 순간부터 모든 과정을 음성으로 안내해 줍니다. 패드 부착 위치부터 심장리듬 분석, 제세동(전기 충격) 필요 여부까지 기기가 스스로 판단하고 지시하기 때문에 일반인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표를 통해 보호받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을 명확히 이해해 보세요.
보호받는 행동 (선한 의도) | 보호받기 어려운 행동 (고의 또는 중과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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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안내에 따라 AED 패드를 정확한 위치에 부착하고 사용 | 환자가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사용 |
119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가슴 압박(CPR)을 지속적으로 시행 | 의료 지식이 없으면서 위험한 약물을 임의로 투여 |
응급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구조를 시도 | 음성 안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제세동 버튼을 반복적으로 누르는 행위 |
두 번째 보호막 명확한 관리 책임 소재
“만약 내가 사용하려는 기기가 고장 나 있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심장충격기세동기를 사용한 일반인 구조자는 기기 결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관련 법률에 따라 공공장소 등 의무 설치 기관에는 관리책임자를 지정하고, 정기적으로 기기를 점검하고 관리할 의무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심장충격기세동기 관리자의 의무
관리책임자는 기기가 언제든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만약 배터리가 방전되었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패드가 그대로 방치되어 응급상황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사용자가 아닌 관리자에게 있습니다. 관리자의 주요 의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 주기적인 기기 상태 점검 및 관리대장 작성
- 배터리 잔량 확인 및 소모품(패드 등)의 유효기간 확인 후 교체
- 누구나 쉽게 기기의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안내 표지판 설치
- 기기 보관함의 비상벨, 잠금장치 등 정상 작동 여부 확인
만약 주변에서 심장충격기세동기 위치를 찾아야 한다면, 당황하지 말고 ‘응급의료포털 E-Gen’ 웹사이트나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을 통해 내 주변 설치 장소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법적 부담 없이 심장충격기세동기 사용하는 행동 요령
이제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실제 응급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아볼 차례입니다.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1분이 지날 때마다 7~10%씩 감소합니다. 당신의 신속한 대처가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침착하게 4단계만 기억하세요
심정지로 쓰러진 환자를 발견했을 때의 행동 요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4단계를 기억하고 침착하게 따라 하면 됩니다.
- 환자 확인 및 119 신고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괜찮으세요?”라고 물어 의식을 확인하고, 눈으로 가슴과 배의 움직임을 보며 호흡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의식과 정상적인 호흡이 없다면 즉시 주변 사람에게 119 신고를 부탁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심장충격기세동기(AED)를 가져와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합니다.
- 가슴 압박 시작 119 구급대나 자동제세동기가 도착하기 전까지 즉시 가슴 압박을 시작해야 합니다. 깍지 낀 손의 손꿈치로 가슴 중앙을 약 5cm 깊이로, 분당 100~120회의 속도로 강하고 빠르게 압박합니다.
- 심장충격기세동기 도착 및 사용 기기가 도착하면 즉시 전원 버튼을 누릅니다. 이후의 모든 과정은 음성 안내에 따라 진행하면 됩니다. 환자의 상의를 벗기고 패드에 그려진 그림대로 하나는 오른쪽 쇄골 아래, 다른 하나는 왼쪽 겨드랑이 아래쪽에 부착합니다.
- 심장리듬 분석 및 제세동 패드가 부착되면 “분석 중…”이라는 음성 안내와 함께 기기가 환자의 심장리듬을 분석합니다. 이때 환자에게서 손을 떼야 합니다. 제세동(전기 충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기기가 자동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며, 충전이 완료되면 “제세동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안내가 나옵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환자에게서 떨어졌는지 확인한 후 버튼을 눌러 전기 충격을 시행합니다. 이후에는 즉시 다시 가슴 압박을 시작하고, 2분마다 반복되는 기기의 심장리듬 분석에 따릅니다.
혹시 소아에게도 사용이 가능한가요
네, 가능합니다. 심장충격기세동기는 소아에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부 기기에는 성인용과 소아용을 전환하는 버튼이 있거나, 에너지를 줄여주는 소아용 패드가 따로 구비되어 있습니다. 만약 소아용 패드가 없다면 성인용 패드를 사용하되, 두 패드가 서로 닿지 않도록 하나는 가슴 앞쪽 중앙에, 다른 하나는 등 중앙에 부착하여 사용하면 됩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사용을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